
역전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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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By. Peonix
때는 서기 2027년. 나루호도 무엇이든 사무소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듯한 이변이 일어났다.
나루호도 류이치, '그가 서는 법정은 반드시 난장판이 된다'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남자. 오도로키는 언젠가 들었었던 그 말을 회상하면서 그 범위를 더 크게 넓혀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가 있는 곳은 어디에서나 반드시 난장판이 된다.'와 같은 식으로.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게 한 원인인 나루호도를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 속에서, 나루호도의 인영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나루호도는 파란색깔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이 정장이었다면 오도로키가 그렇게 얼굴을 찌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윽고 연기가 다 걷히고, 나루호도의 인영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는 놀랍게도, 레이스로 꾸며진 세라복을 입고 있었다. 나루호도와 오도로키 둘 다 이 사태에 대해 반쯤 해탈한 얼굴이었다. 사무소가 없어졌는데 이제 어쩌지, 오도로키는 멍때릴 수 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바야흐로 3일 전, 나루호도는 사무소를 제자들에게 맡기고 홀로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 여행하고 있었다. 인적이 없는 한 초원 비슷한 곳에서 자연과 자유를 만끽하고 자기 위해 호텔에 가는 도중, 골목 한 구석에 위치한 수상한 점집을 보았고, 여느 때라면 그냥 지나쳤을 그였지만 그날따라 그 곳이 수상한 기운을 풍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그는 점집 안으로 들어갔고,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수상해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안으로 들어오는 나루호도를 보자마자 일어나서 다짜고짜 그를 끌고 들어가 의자에 앉히고, 자신은 반대편에 앉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는 얼빠진 채 얌전히 있었고, 점성술사가 입을 열었다.
"아따, 손니임. 잘 오셨구만유. 보아하니 손님은 운좋게 불행이 닥치기 전에 오신 모양이신디유, 조만간 손님께 큰 불행, 그러니까 죽음이 닥칠거유."
걸걸한 목소리와 구수한 사투리에 나루호도는 2차로 충격을 받았고, 자신에게 큰 불행이 닥칠거라는 그 사람의 말에 3차로 충격을 받았다. 그는 패닉에 빠졌고, 자신이 뭘 해야 할지도 몰랐다.
"선생님, 그러면 전 어찌해야 하는건가요? 저는 아직 미래가 밝습니다! 이대로 죽거나 하기는 싫다고요!"
그의 간절한 호소를 들은 점성술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더. 헌데, 손님께서는 약간 꺼리실 수 있는디요, 괘안겠습니꺼?"
나루호도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것을 본 점성술사는 그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소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속삭임이 길어질수록 나루호도의 얼굴은 점점 더 안좋아져가기만 했다. 모든 말을 들은 나루호도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제가 마법소녀가 돼야만 한다는건가요? 진짜로 그게 유일한 방법인가요?"
"아, 그러니껜요~ 손님께서 한 달동안만 그러고 지내시면 손님은 무병장수하실겁니다잉. 내를 믿으쇼. 딱 한 달만입니더."
한 달.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시간.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과연 저 말이 진실이긴 하는걸까? 하지만 내가 죽게 되면 어쩌지?
결국 그는 생존본능을 선택했다. 그렇게 그는 마법소녀에 관한 기초이론과 실전을 3일단기속성으로 배웠고, 일상에서 조금씩 마법을 쓰면 죽지 않을거라는 마지막 가르침을 끝으로 나루호도 무엇이든 사무소로 돌아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들이닥칠 불행을 나루호도는 몰랐다.
지친 기색으로 사무소로 돌아온 그는 돌아오자마자 재킷을 소파에 걸치고 소파 팔걸이를 베개삼아 누워 잤다. 오도로키와 코코네는 돌아온 나루호도에게 인사하려고 했으나 그가 너무 피곤한 기색이고 너무 빨리 잠에 들어서 인사도 못하고 서로 멀뚱히 쳐다보다가 구석으로 가서 나루호도가 왜 그러는지 추측하면서 소근거렸다. 그러던 와중 코코네의 법정출두시간이 다가와, 그녀는 법정으로 부랴부랴 법정으로 달려가고 사무실에는 자고 있는 나루호도와 그런 나루호도를 약간 한심한 눈으로 보는 오도로키뿐이었다. 사무소를 책임질 생각이 없어보이는 사람이 소장이라니. 그는 고개를 돌려 서류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오도로키의 더듬이가 쭈뼛 섰다. 무언가 위험한 일이 벌어진건가? 그러고보니 탄내가 나는 거 같기도... 탄내?! 그는 급히 고개를 돌려 부엌을 봤다. 작은 주전자에서 불이 나고 있었다. 차 우려먹으려고 끓이던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거였다. 그는 너무 놀란 마음에 나루호도부터깨웠고,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한 나루호도가 부엌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안돼요, 나루호도씨! 오도로키의 외침을 뒤로하고 그는 치솟는 불길 앞에 섰다. 그리고 나루호도의 주변으로 환한 빛이 모여들더니 그 빛은 불이 난 곳으로 쏘아졌다.
펑. 화재는 무사히 진압됐었지만, 나루호도가 힘을 아직 제대로 다루지 못해 그만 사무소의 절반이 날아가고 말았다. 한참을 제대로 된 사태파악을 못하던 오도로키가 나루호도에게 성큼성큼 다가서서 멱살을 강하게 움켜쥐며 엄청 낮은 목소리로 그르렁거리며 말했다.
"방금 그게 뭐였고, 지금 그게 뭔지 말씀해주시죠. 나루호도 씨. 모두 다 설명해주십시오."
이런. 어쩔 수 없지.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는 듯한 오도로키를 보고 살짝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오도로키에게 최대한 자신이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주었다. 그의 말을 다 들은 오도로키는 주먹을 꼭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사기꾼 같은 자의 말에 넘어가서... 이러기입니까? 사무소가 날아갔다고요! 저거 어떡하실겁니까? 이제 저희는 일거리를 잃어버린거니 다름없다고요!"
나루호도는 곤란한 얼굴을 하며 손으로 볼을 살짝 긁었다. 그러게, 큰일이네- 그는 그리 중얼거리고 진지한 얼굴이 되어서 폭발했던 곳을 노려보다가 눈을 감고 양 손을 합장하듯이 포갰다. 그러더니 잔해가 조금씩 원래의 형태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착착 복구가 진행되는것을 보며 오도로키는 다시금 멍해졌다. 저게 사람의 능력으로 되는건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자신의 볼을 최대한으로 당겨보았다. 아프다. 꿈은 아니라는거네. 얼얼해진 볼을 어루만지는 사이에 사무소는 어느 새 화재가 일어나기 전 상태로 복구됐다. 그리고 나루호도 본인도,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언제나처럼의 푸른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몇 시간 후, 코코네와 미누키가 어느 정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사무소로 달려오면서 주변 사람들이 사무소가 폭파됐다고 말했다는 둥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루호도에게 간단한 마법을 보여달라고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오도로키는 극구 반대했지만 나루호도는 간단한 거라면 괜찮을거라고 말하고 마법을 썼다. 눈 깜짝할 새였다. 이번엔 집안의 물건들이 사무소 식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집안일 내공이 쌓인 오도로키가 물건들을 침착하게 퇴치하면서 나루호도에게 따졌다. 하하. 이거 이상하네? 나루호도가 바닥을 손바닥으로 두 번 쳤다. 놀랍게도 물건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루호도가 마법으로 장난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오도로키는 곧바로 나루호도에게 잔소리를 했고, 나루호도는 그런 잔소리를 살짝 흘려들으며 생각했다.
그래, 한 달.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견뎌야지. 견디고말고.